규제 없는 가상화폐 시장은 도박장과 다를 게 없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직접 가상자산 투자를 해보면서 이 확신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거액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준점 삼아 디지털자산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신호로 들렸습니다.

목차
- 규제 설계의 기준
- 건강한 투자 생태계의 조건
- 금가분리 논쟁
규제 설계의 기준
서울대 경영대학 이종섭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ETF(Exchange Traded Fund)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기초자산의 가격 흐름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실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ETF 구조 안에는 시장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한 핵심 플레이어들이 이미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교수가 현물 ETF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정참여자(AP, Authorized Participant): ETF를 시장에서 유통하고, 기초자산과 ETF 간 가격 괴리가 발생하면 차익 거래로 가격을 바로잡는 역할을 합니다.
- 시장조성자(MM, Market Maker): 가장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며, 단순 유동성 공급을 빙자한 불공정 거래를 걸러내는 기능도 겸합니다.
- 수탁업자(커스터디):자산운용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용사가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 논의가 법인 투자 허용, MM 제도, 파생상품 시장 구축 등을 각각 따로 다루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실제로 이 요소들은 하나의 시장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것들인데, 개별 이슈로 분산해서 다루면 정합성 없는 규제만 양산될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저도 이 지적에 공감합니다. 규제를 설계할 때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놓지 않으면, 나중에 조각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반드시 생깁니다(출처: 이데일리).
건강한 투자 생태계의 조건
제가 가상자산 투자를 직접 해보면서 가장 불안하게 느꼈던 부분은 가격 변동성에 대한 위험 관리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에는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있어서 하락 리스크를 어느 정도 헤지할 수 있는데, 가상자산 시장은 그 안전판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그때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투자 환경이 맞나"라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이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계약으로, 선물과 옵션이 대표적입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갈 것을 대비해 미리 팔아두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AP나 MM 같은 시장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하려면 이런 위험 관리 도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전에 선물 시장이 먼저 형성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법인 투자 허용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구조에서는 자산운용사나 AP 같은 법인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해야 합니다. 어떤 법인이 비트코인을 취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ETF 구조 자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교수의 말처럼 "법인 투자 허용에 대한 기준도 없이 MM 제도나 파생상품 시장만 따로 논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입니다(출처: 금융위원회).
금가분리 논쟁, 결국 시장 설계의 문제
'금가분리'는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을 제한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면 이 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립니다. 기존 증권사가 ETF 유통과 시장조성을 맡게 되면, 금융업자가 사실상 가상자산사업자 역할까지 겸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규제 없이 방치된 가상자산 시장에 기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와 투명성 기준이 접목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존 금융업자에게 가상자산 취급을 일정 기간 허용한 뒤 문제가 없으면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을 택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전통 금융이 가진 신뢰성을 활용하면서 시장을 단계적으로 여는 접근입니다.
물론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 등 기존 금융업자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가분리 문제도 현물 ETF 도입 논의와 함께 동시에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따로 떼어 볼 사안이 아니라는 이 교수의 지적이 핵심을 찌르고 있습니다.
규제가 없는 시장은 결국 정보와 자금이 많은 세력에게 유리하게 흘러갑니다. 개인 투자자가 그 구조에서 얼마나 쉽게 피해를 보는지를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준으로 시장 인프라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이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규제가 먼저 갖춰져야 진짜 의미의 투자가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입법 논의를 계속 주목할 이유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edaily.co.kr (이데일리 - 이종섭 서울대 교수 인터뷰,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