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이 이르면 올해 6월로 거론되면서, 국내 우주항공 ETF들이 조용히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테마 ETF를 운용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 흐름을 보자마자 "이거 생각보다 복잡한 싸움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기대감만큼 변수도 많은 구간이라, 오늘은 현실적인 눈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비상장 스페이스X, ETF들은 어떻게 담았나
현행 규정상 국내 상장 ETF는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직접 편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두 ETF가 스페이스X 노출을 확보한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미국 ETF인 RONB(배런 퍼스트 프린시플스)를 TRS(총수익 스와프) 계약 방식으로 재간접투자합니다. 여기서 TRS란 특정 자산의 수익과 손실을 그대로 주고받는 파생 계약으로, 직접 보유 없이 해당 자산의 성과를 추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RONB가 보유한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의 성과만 가져오고, 나머지 9개 구성종목은 쇼트(매도) 포지션으로 상쇄하는 방식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은 조금 다른 경로를 택했습니다. 스페이스X 주식을 보유한 에코스타를 포트폴리오의 7.51%로 담았습니다. 에코스타는 작년 하반기 스페이스X에 주파수 사용권을 매각한 대가로 약 111억 달러 상당의 스페이스X 주식을 받은 기업입니다. 월가에서는 에코스타가 스페이스X 지분 약 3%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두 방식 모두 직접 투자는 아닙니다. 규정의 빈틈을 활용한 우회 구조인 만큼, 실제 스페이스X 상장 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노출 효과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IPO 물량 전쟁, 기대만큼 냉정하게 봐야 하는 이유
두 ETF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전략이 있습니다. 상장 직후 스페이스X를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많이 편입하겠다는 겁니다. KODEX 미국우주항공은 신규 상장 종목을 최대 25%까지 특별 편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1Q 미국우주항공테크가 추종하는 지수도 개별 종목을 최대 16%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좀 현실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테마 ETF를 직접 다뤄봤을 때 느낀 건데, "이론상 최대 편입"과 "실제 편입 규모"는 수급 상황에 따라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번 스페이스X IPO에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예상 신주 발행 규모 5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3,100억 달러 규모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망됨
-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조기 편입 가능성이 있어 패시브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음
- 머스크 CEO가 공모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고 싶다고 시사한 것으로 알려짐(출처: 월스트리트저널)
- 테슬라 주주 등 머스크의 다른 기업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권을 주는 방안도 거론 중
나스닥100 편입이란 나스닥에 상장된 비금융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주요 지수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수천 개의 패시브 펀드가 자동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국내 ETF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비중만큼 스페이스X를 담기 위해서는 물량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글로벌 기관들과 패시브 자금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투자자 관심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KODEX 미국우주항공은 상장 열흘 만에 995억 원이 유입됐고, 1Q 미국우주항공테크도 올해 들어 누적 5,249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기대감은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셈입니다.
스페이스X IPO는 분명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다만 기대감과 현실 사이의 간극, 특히 물량 확보라는 변수는 투자 전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저처럼 테마 ETF를 직접 운용해본 입장에서는, "상장하면 최대 편입"이라는 문구보다 실제 수급 조건과 편입 시점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TF 선택 전에 각 운용사의 편입 방식과 지수 구조를 꼭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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