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도 한 번도 온전히 믿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변동성에 데여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보고 한 가지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아, 당국도 이미 알고 있구나.' 무분별한 민간 코인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디지털 자산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신호였습니다.

목차
-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역할
-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도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
- 투자자 관점에서 본 시장 영향과 앞으로의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역할
신현송 후보자는 국회 서면답변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CBDC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법정통화의 디지털 버전으로, 쉽게 말해 지폐와 동전을 디지털 형태로 바꾼 국가 공인 화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는 시각이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통화에 가치를 1:1로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처럼 하루에 20~30%씩 오르내리는 구조가 아니라, 1원은 1원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후보자는 이 스테이블코인이 CBDC 및 예금토큰과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예금토큰이란 상업은행이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기존 은행 예금에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기능을 더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 통장 잔액을 토큰화해 스마트 계약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입니다. 이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금융기관만 사용하는 기관용 CBDC를 중심에 두고, 그 위에 각 은행의 예금토큰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미국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범용 CBDC 도입을 전면 금지한 것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추진에 큰 장애는 없어 보입니다(출처: 한국은행).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도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
제가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게 진짜 돈이 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실제로 투자해서 손절도 해봤고, 그 변동성이 얼마나 무섭게 체감되는지 압니다. 화폐로서의 기본 조건, 즉 가치 저장·교환 매개·계산 단위 세 가지 기능 중 비트코인은 여전히 어느 것도 안정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보자가 서면답변에서 비트코인 등 일반 가상자산은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건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출처: BIS).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하면서 제가 느낀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디페깅(de-pegging) 위험: 스테이블코인이 연동 자산 가치에서 이탈하는 현상. 2022년 테라·루나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 디지털 뱅크런: 불안감이 확산될 때 스테이블코인 대량 환매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기존 은행 뱅크런보다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 자본 유출 위험: 원화 기반 경제 내 자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는 현상. 통화주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제도권 밖 민간 코인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CBDC와 예금토큰 중심으로 디지털 통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은, 기술의 편리함은 수용하면서 리스크는 제도권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 시장 영향과 앞으로의 전략
이번 후보자의 발언이 가상화폐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은 명확합니다. 무분별한 코인 발행에는 규제의 칼날이 들어올 것이고, 반대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디지털 자산에는 신뢰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형성될 것입니다.
변동성에 지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흐름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될수록 '묻지마 투기'가 줄고, 실질적인 활용 가치 기반의 투자가 자리를 잡을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그 전환 과정에서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는 가상자산 비중을 낮게 유지하고, 제도권 편입 흐름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재진입을 검토할 생각입니다. 기술은 믿어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시장은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제 입장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CBDC 논의는 이제 막 본격화되는 단계입니다.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이 어느 속도로 진행되는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당분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newsis.com (뉴시스,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