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상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광풍이었습니다. 저도 그 시절 코인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가 "백서만 있어도 돈이 모인다"는 말을 직접 목격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구조였는지 깨달았죠.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 제가 가상화폐 제도화 문제를 이렇게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목차
- ICO란 무엇인가,
- 살아남은 프로젝트, 무너진 프로젝트의 기준
- 제도화 없는 가상화폐 시장, 개인 투자자만 피해 본다
ICO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그렇게 뜨거웠나
ICO(Initial Coin Offering)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상화폐 토큰을 미리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주식 시장의 IPO(기업공개)와 비슷한 개념인데,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IPO는 엄격한 심사와 공시 의무를 거쳐야 하지만 당시 ICO는 그런 규제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입니다.
기술적 토대가 된 것은 2015년 등장한 이더리움 네트워크였습니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 표준인 ERC-20이 도입되면서 코드 작성만으로도 새로운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ERC-20이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동작하는 토큰을 만들기 위한 공통 규칙 모음으로, 마치 전자기기의 표준 충전 규격처럼 어떤 지갑이나 거래소에서도 동일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는 규격입니다. 이 진입장벽 하락이 ICO 붐의 핵심 기술적 배경이었습니다.
여기에 비트코인 시세 급등이 불을 질렀습니다. 2017년 초 1,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에는 2만 달러에 근접했고, 차익을 맛본 투자자들이 다음 먹잇감으로 ICO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단 5개월 동안 537개 프로젝트가 ICO로 137억 달러를 모금했습니다(출처: PwC).
그 결과 2017년부터 2018년까지 ICO 생태계에 몰린 자금은 총 약 200억 달러(한화 약 30조 원)에 달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ICO였던 이오스는 단독으로 41억 달러를 조달했고, 네오·아이오타·카르다노·트론 같은 이름들도 이 시기에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살아남은 프로젝트와 무너진 프로젝트, 그 기준은 무엇이었나
문제는 그 많은 프로젝트 중 실제로 살아남은 곳이 얼마나 됐냐는 점입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Boston College) 연구진이 2017~2018년 ICO를 진행한 4,000여 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ICO 종료 후 120일 시점에 실질적으로 생존해 있던 프로젝트 비율은 44%에 불과했습니다(출처: Boston College 연구).
저도 그 시절 몇 가지 ICO 프로젝트를 지켜봤는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기술력이나 마케팅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살아남은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개발자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생태계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겁니다. 반대로 무너진 곳들은 자금 조달 이후 팀의 깃허브(GitHub) 활동이 뚝 끊기는 패턴을 보였죠.
창업투자회사 일렉트릭 캐피털(Electric Capital)도 자사 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숙련된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활동이 소수 핵심 플랫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개발자 참여가 줄어든 프로젝트는 급격히 존재감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처럼 그 위에서 동작하는 앱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서비스의 가치도 함께 커지는 현상으로, 카카오톡이 혼자만 쓰면 의미 없지만 모두가 쓸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제도화 없는 가상화폐 시장, 개인 투자자만 피해 본다
여기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로 넘어옵니다. 저는 가상화폐 시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와 AI의 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화폐의 기준 자체도 변화할 것이고, 그 흐름 속에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겁니다.
문제는 지금처럼 규제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피해는 결국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2017년 ICO 붐 시절의 피해도 기관이나 고래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화려한 백서와 로드맵만 보고 투자하기엔 정보의 비대칭이 너무 컸습니다.
2026년 현재 한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3월 '디지털 IT 부문 금융 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가상화폐 발행 및 거래 지원 공시 체계 마련 방침을 밝혔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에 ICO 제도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무조건 ICO를 금지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허위 사업설명서와 과장된 사업 계획에 노출되고, 조달 자금이 해외 법인 계좌로 빠져나갈 경우 과세 당국의 자금 추적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발행은 막으면서 유통은 허용하는 현행 구조는, 발행 단계부터 공시와 투자자 보호를 요구하는 EU나 홍콩 기준에 비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저는 단순히 ICO를 허용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거래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 주체의 신뢰성 검증, 공시 의무, 사후 모니터링까지 갖춘 제도적 틀이 갖춰져야 비로소 건강한 가상화폐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CO의 역사는 자본과 기술이 규제보다 먼저 달려갈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입니다. 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엔 제대로 된 제도화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가상화폐 시장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경향게임스 (https://www.digitaltoday.co.kr)